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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상수 논쟁, 우주의 나이를 흔들다: '허블 텐션'과 우주론의 미래

aiboom 2025. 8. 5. 13:00

 

허블 상수 논쟁과 우주의 팽창 속도 측정 불일치

 

 

우주의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허블 상수'를 둘러싼 논쟁이 천문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정밀 관측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우주 초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값과 현재 우주의 직접적인 측정값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심각한 불일치에 직면해 있다. 이른바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라 불리는 이 문제는 단순한 측정 오차를 넘어, 현대 우주론의 근간을 이루는 '표준 우주 모형(ΛCDM)'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주의 나이는 하나일까,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학이 숨어있는 것일까?

 

두 개의 허블 상수, 두 개의 우주론적 위기

 

허블 상수는 우주의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값으로, 이 상수의 역수를 통해 우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허블 상수가 높으면 우주는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우주의 나이가 더 젊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우주 초기의 빛인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을 분석하여 허블 상수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 위성 관측 결과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도출된 허블 상수 값은 약 67.4 km/s/Mpc(메가파섹당 초속 킬로미터)로 수렴된다. 이는 우주론의 표준 모델인 ΛCDM 모델을 기반으로 한 값이다.

두 번째는 '우주 거리 사다리(Cosmic Distance Ladder)'를 이용해 현재의 우주 팽창 속도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다. Ia형 초신성이나 세페이드 변광성과 같은 '표준 촛불'이라 불리는 천체를 활용해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후, 이 은하의 후퇴 속도를 계산하여 허블 상수를 구한다. 2019년 노벨상 수상자인 아담 리스(Adam Riess) 교수가 이끄는 SHOES(Supernovae and HO for the Dark Energy Equation of State) 프로젝트팀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이용한 정밀한 관측을 통해 허블 상수 값을 약 74.03 km/s/Mpc로 측정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우주 초기 데이터 기반 예측값(67.4)과 현재 우주 직접 측정값(74.03) 사이의 약 9%에 달하는 불일치는 통계적으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큰 차이다. 아담 리스 교수는 "이 불일치는 더 이상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며, "이것은 두 측정값이 단순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 두 시대를 연결하는 우주 모델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일치의 원인을 찾아서: 표준 모델의 균열인가, 새로운 물리학인가?

 

허블 텐션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 불일치가 단순히 측정 오차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현대 우주론의 핵심에 의문을 제기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표준 우주 모형 자체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초기 우주의 물리 법칙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팀은 허블 텐션 해소를 위해 초기 우주에 수정된 물리 법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암흑 에너지'의 성질이 시간에 따라 변하거나, '암흑 물질'의 속성이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우주 팽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 등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주 자체가 회전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며 허블 텐션을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적인 가설들이 모두 허블 텐션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일부 학자들은 측정 방법 자체에 오차가 있을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표준 촛불로 활용되는 Ia형 초신성의 밝기 측정에 미세한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최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을 활용한 새로운 관측 결과는 허블 상수의 불일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웬디 프리드먼(Wendy Freedman) 시카고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제임스 웹 망원경 데이터를 활용한 계산을 통해 70.4 km/s/Mpc라는 값을 얻었고, 이는 우주배경복사 기반 측정값과 통계적으로 일치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팀은 제임스 웹 망원경을 활용한 관측에서도 기존의 불일치 현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허블 텐션이 던지는 우주론의 새로운 방향

 

허블 텐션은 단순히 하나의 물리적 상수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현대 우주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측정 오차가 아닌 새로운 물리적 현상 때문이라면, 우리는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다.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같은 최신 관측 장비들을 활용한 정밀한 측정과 함께, 다양한 이론적 모델을 검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허블 텐션이 해결된다면 우주론의 표준 모델이 더욱 견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고, 만약 불일치가 지속된다면 우주의 신비를 밝혀낼 새로운 물리학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 논쟁의 결말은 우주의 나이에 대한 우리의 최종적인 답변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참고자료

  • 허블갈등 해소의 실마리는 초기 우주에서 찾아야(한국천문연구원)
  • "우주 자체가 회전할 수도"…허블 수수께끼 해결 가설 제시(사이언스타임즈)
  • "우주 팽창률 9% 빨라"...노벨상 수상팀, 허블상수 불일치 재확인(한겨레)
  • 우주팽창 속도 예상치보다 9% 빨라(사이언스타임즈)
  • New measure of the universe's expansion suggests resolution of a conflict(시카고 대학교)
  • 우주 팽창률을 둘러싼 천문학 대논쟁 ②(비즈한국)
  • 허블-르메트르 법칙(나무위키)
  • Latest Hubble Measurements Suggest Disparity in Hubble Constant Calculations is not a Fluke(ESA/Hubble)
  • Cosmic conflict continues: new data fuel the Hubble tension debate(Physics World)